귀가

퇴근하면 아내가 먼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고 뒤에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와 세상 다가진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인생 여기서 더 필요한거 하나 없다 싶다.

귀가

반걸음

아무에게도 배운적 없는 믹싱을 혼자 집에서 8년 정도 삽질하며 익혔는데, 트랙하나를 어떤 의도가 반영되게 티나게 고치면 그 트랙은 결국 다른 트랙과 합쳐졌을 때 못 쓰게 되며 티나지 않게 조금씩 다듬은 트랙이 쌓이고 합쳐져서 확연하게 다른 결과를 낸다는 사실을 체득한 시간이었다. 그것은 흡사 삶에 있어 시간을 사용하는 요령과도 닮아 있었다. 당장 좋아보이는 쉬운길도, 어차피 다를 것도 없기에 손을 놓는 것도 아닌 지금 할 수 있는 반걸음, 삶의 발란스, 호흡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반걸음을 나아가며 시간이 쌓이기를 기다리는 인내와 확신.

반걸음

믹싱

원래 믹싱하고 다음날 들어보면 이상해서 고치고 다시 고치기를 되게 여러번 한다. 백탑청연같은 곡은 백번도 넘게 고쳤던것같다. 그렇게 해도 다른 상업 앨범이랑 사운드의 차이가나는 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곡은 첫믹싱버전에서 더 손댈 곳을 못찼겠다. 녹음을 포함한 후반작업을 최단 시간에 끝낸듯. 상업앨범과의 사운드 차이도 내 청음 수준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못느끼겠고

간간히 유튜브로 강좌를보다보니 프로들이 사용하는 컴프레서, 마스터링 이큐, 각종 정보나 팁이 시나브로 쌓여갔는데 이제 이정도면 남의 작업은 못해줘도 내 작업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노하우가 쌓인것 같다.

믹싱

육아휴직

1년 이상 휴직하는 분들도 많은데 3개월 휴직한 주제에 함부로 말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아빠의 육아휴직 최대의 장점은 아이가 아빠도 양육자로 여겨서 엄마의 부재를 특별한 사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한 상태로 아빠와 보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태어나 양육자와 본딩되는 100일간 아빠도 함께 아이와 지내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이후 육아에 많은 차이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성공적인 본딩의 결과 아빠는 어찌보면 더 피곤해 질 수도 있는데, 반면 보통 엄마만 느끼게 되는 ‘아이가 자신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어떤 감정’을 아이와 교류하게 된다. 이는 아이와 아빠에게 모두 좋은 경험이 되지만, 무엇보다 ‘자신에게만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부담을 아빠가 나눠 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대게 아빠들도 양육의 부담을 나누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만 아이와 본딩되지 않은 아빠는 아이에게 양육자로 거부당하고 매우 제한되 역할만하거나 그마저도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육아휴직

개발자 아빠의 장점

아이가 잘먹던 이유식을 안먹는다. 입맛에 안맞아 처음부터 안먹는 게 아니라 몇 숟가락 잘 맏아 먹다가 갑자기 안먹는다.

처음에는 맛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다음날 돼지 고기를 볶아 이유식 위에 덮밥처럼 올려줬다. 아이가 고기를 좋아하는 식성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로 몇 번 받아먹다 거부한다.

거부하던 순간을 몇번 떠올리고 혹시나 싶어 이를 살핀다. 어금니 자라에 하얗게 자리가 나는게 아무래도 이가 나느라 통증이 있는데 잇몸으로 씹다가 자극이 되고 아파서 거부 한 것 만같다.

해서 점심 이유식은 중기 이유식 수준으로 믹서로 재료를 갈고, 부드러운 식감을 증가시키기 위해 계란을 풀어 섞어주니, 다행히 잘 먹는다.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을 탓하는 일이 없다. 다 지가 만들어 놓은 것이 기 때문이다. 문제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생각하게 습관화 되어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사고 방식이 때로 대화를 망치기도 한다. 많은 경우 대화에 있어 원인과 대책보다 이해와 공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아이는 이해와 공감과 함께 만족스러운 해결책까지 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먹지 않는 아이를 탓하지 않고 가설을 세우고 보완을하고 있는 나를 보다, 프로그래머로 헛살지 않았군, 절로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뿌듯했다.

개발자 아빠의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