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라산 영실코스를 잠깐 오르다 내려왔는데, 내려오는 글에 뜻밖에 산고양이를 만났다. 혼자서 정이 고팠는지 저 멀리서 앵앵앵앵 소리내며 황급히 다가와 앵기고 부벼댄다. 본적 없는 사람에게 이러는 경우는 없을터인데 산중에 사는 고양이라 동료 고양이 조차 없이 생활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딱한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들이 고독에 익숙하는 세간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강아지들처럼 즉각적으로 표현하고 반응하지 않을 뿐이지 고양이들도 정을 나누며 행복해한다. 예전에 방배동 살 때 만나 친해진 동네 공양이 뚱쓰는 밥을 주면 처음에는 먹는척하다가 자리를 뜰라그러면 먹기를 중지하고 나를 냉큼 좇아오곤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나는 바로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부러 동네를 한바퀴 뚱쓰와 같이 돌며 산책하곤 했다.

그런데 이트윗보니 정말 울컥하네.

기분

물뚝심송선생이 영면하셨다. 무신론자이고 과학적 합리적 태도를 중요시 했던 선생에게 명복을 빈다는 표현은 썩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대신 찌질해지기 쉬운 중년의 남자가 품위와 인간으로서의 사려깊음을 갖고 지키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유머를 잃지 않는게 중요하다는 걸 선생에게 배웠음을 밝혀둔다. 배나온 중년 남성에게서 기름기를 느끼지 못한 유일한 어른을 잃어 내가 아는 지구는 다시 기름진 중년들의 별이 된 기분이다.

기분

아이유는 비욘세가 될 수 있을까

아이유의 노래는 대체로 오빠들이 예쁘게 부르라고 만들어준 노래를 의도에 맞춰 부르는 노래라는 느낌이어서 마음에 확 닿지가 않는데 아동성애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제제가 수록된 chat-shire 앨범은 정말 좋았다. 제제도 좋았지만 스물셋은 외형은 그런 곡이 아닌데도 마음이 절절하고 아프다. 가면을 강요하는 세상과 가면을 쓰란다고 고분고분 쓰고있는 자신에 대한 냉소가 그렇게 느껴진다. 아이유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가수지만 본인은 진한 허무를 느끼는것 같다. 가면을 쓰고 얻은 인기가 자기게 아니란걸. 직감하고 있는것 같다. 그지점이 얄궂지만 가수 아이유에게 호감을 갖게한다. 아이유는 비욘세가 될 수 있을까? 아이유에게는 그런 자질이 있어보이지만 대중이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게 안타깝다. 제제 논란을 상기해보면 그렇다.

아이유는 비욘세가 될 수 있을까

대리가 아닌 삶

내 사전에 대리 만족은 없다. 좋아보이면 직접해본다. 어떤건 막상 해봤을 때 별로인 것이 있는가하면 막상 해보면 더 만족스러운 것도 많다. 음식을 해서 아내와 나누어 먹는건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는 것보다 세배는 즐거운 일이고 음악을 만드는 건 듣는것 보다 백배는 즐거운 일이다. 이효리처럼 살기위해 꼭 슈퍼스타가 되고 이층집을 지어야하는 건 아니다. 해보면 안다. 그 결과가 예상보다 시시한 것이라해도 시시한 실체를 알게된 것으로 삶은 더 단순해지고 판단은 쉬워지며 대리가 아닌 진짜 만족에 더 가까워진다.

대리가 아닌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