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의 미덕은 방대한 스케일, 자유분방한 상상력, 허점을 찾을 수 없는 치밀한 짜임세와 더불어 소주자를 대하는 태도가 각별하다는데 있다. 이 이야기는 흡사 중세 유럽을 연상케하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다루며 일곱 왕국의 권력 다툼과 백귀(언데드 같은 특징을 갖는 가상의 종족)들과의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앞으로 전쟁도 묘사 될 것 같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인공이 사실상 거의 여자들이거나(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것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는 킹스랜딩의 왕비서세이, 아버지가 죽는 것을 목격하고 암살자 수업을 받는 윈터펠의 소녀아리아와 그의 언니 산사, 그리고 그녀를 보좌하는 여기사 브리엔느, 반란으로 폐위되 동쪽으로 도피했다가 다시 여왕이 되는 데너리스), 난장이(티리온)이거나, 서자(존스노우)이거나 장애인(브랜) 이거나 장애인을 지켜주는 바보(호도르)이다.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에서 스토리를 이끄는 인물중에 기득권 남성 캐릭터는 없거나 등장 초반에 주인공처럼 묘사되지만 허무하게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 예외가 없다고 해도 좋겠다. 이 드라마는 유독 주인공을 가차없이 죽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인공이 허무하게 죽었다고 믿는 것은 죽임을 당하는 케릭터들이 남성 성주들 이거나 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스토리 텔링에서 응당 주인공으로 이야기의 끝까지 활약해야할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기에 우리는 당연히 주인공으로 여기게 되지만 작가는 그러한 믿음을 비웃듯 배신한다. 애초에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만든 이야기이다. 확신범이랄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지난회에서는 다리를 못써서 혼자서는 이동을 못하는 브랜의 수레를 끌고 업고 지켜주던 덩치큰 바보, 할줄 아는 말이라고는 “호도르” 밖에 없어 호도르라는 이름을 갖게된 호도르의 뭉클하고도 충격적인 사연이 공개됐다.  역시나 소수자 캐릭터에 대해 작가는 허투로 배치하거나 도구적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가 없다.  이렇게 잔인하고 선정적인이야기가 이토록 정치적으로 올바를 수 있는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왕좌의 게임

그러고 보니

심리상담자의 보수가 자격에 비해 이상하게 낮다. 임상심리사의 경우 석사졸업에 수련기간 3년이 필수다. 의사가 되는 과정이랑 다를바가 없는데, 정규직은 거의 없고, 초봉은 3천이 안되는 것 같다. 이게 뭐지 싶었는데, 심리상담사라는 직업군의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친다.

그러고 보니

여성 혐오와 신병 학대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여성 혐오 분위기와 각종 폭력 폭행 살인 사건들이 군대의 신병학대를 연상케 한다.

고참이 이미 기득권을 점령했고 신병은 군 생활의 후발주자라는점,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맥과 경험의 불균형이 고참병들이 신병을 갈구는 주 무기로 사용된다는 점, 적극 가담형, 소극 가담형, 방관자 형의 고참만 있을 뿐 시스템에 대항하려하는 고참은 없다는 점, 고참은 청소하기 정리하기 등등 자기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신병에게 전가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점, 신병은 빈번하게 언어 폭력을 당하고, 꽤 자주 신체 폭력을 당하며, 가끔 죽임을 당한다는 점, 그래도 모든 장병이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군대를 매도하지 말라고 변명한다는점, 신병이 참다 못해 소원 수리하면 군 부적응자로 낙인 찍힌다는 점, 군대의 구조적 문제가 고참들의 폭력성을 조장한다는 점, 등등. 이상의 문장에서 고참을 남성으로, 신병을 여성으로, 군대를 사회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신병 – 고참 간의 문제가 결국 권력의 문제이듯 남녀의 문제도 결국 권력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권력이란 자기가 해야할 일도 남에게 시킬 수 있는 힘이라하겠다. 고백컨대, 나의 군대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병장이 되어서 내 이부자리를 스스로 개는 것이었다. 놔두면 알아서 후임병들이 개어주는 그 이부자리를 스스로 개는 게 얼마나 귀찮았던지. 시스템을 바꿀의지가 없다면,하다못해 자기 자신이라도 망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 내 할일을 내가 하는 것으로 우리는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이 자신을 망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조차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남녀 문제를 고참과 신병에 비유했으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병은 어쨌든 결국 고참이 되지만 여성은 죽을 때까지 기득권을 선점한 남성들의 사회에서 신병으로 살아야한다. 당신은 군대에서 평생을 신병으로  살 자신이 있는가?

 

여성 혐오와 신병 학대

천상 프로그래머일세

심리 상담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내가 직접 상담을 하게 되는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싶다. 여러가지 상담이론들은 흥미롭지만 그런 이론들을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차원에서 흥미롭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상담 기법은 셀프 상담의 방법으로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이어서 나를 헤아리고 내 마음과 행동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섭렵하는 차원에서의 흥미로움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이런 방법론을 타인에게 적용해서 소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너무 지난한 일이며 타인에 대한 진정어린 애정을 필요로하는 것인데, 나한테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 줄 애정의 깊이라는 게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나 싶다. 그러니 오히려 컴퓨터를 상대하는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나에게 잘 어울리며 타당한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천상 프로그래머일세

문학 하나 남았다.

조영남 개인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예술하는 사람들이 노동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폄훼하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개탄스럽다. 미술 뿐 아니라 영화 음악 만화도 마찬가지다. 같이 그렸으면 공동 저작물이지 어시들이라 퉁쳐버리고 지이름만 올리는 것에대해 부조리하다는 생각도 못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만화가 아름답냐? 아무리 썩었다, 지들끼리 빨아준다, 어쩐다해도 노동의 영역까지 예술의 부분으로 끌어안고 가는 분야는 문학 하나 남은 것 같다.

문학 하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