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눈을 다쳐서 꽤 큰 수술을 받고 얼마간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3학년 누나가 6학년이었는데, 특별히 간병인을 둘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아버지가 받은 수술은 작은 수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마는 병원에서 지내고 우리 남매는 큰어머니 댁에 맡겨져 방학을 보냈다. 큰어머니 댁에 맡겨지긴 했지만 그때 우리 남매를 사실상 돌봐준 사람은 형수 였다.  그때 그집에서 카레도 처음먹어봤는데, 세상에 그렇게 강렬한 인상의 음식은 처음이었다는 기억이 있다. 나는 한달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엄마는 한달은 아니었다고 이주정도 였을 거라고 한다. 아마도 나는 그 기간이 엄청 길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 당시에는 어린마음에 우리집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친척이니까 형수가 우리를 돌봐주시는 거야 자연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딱히 고맙다고 생각하거나 눈치를 보거나 하는 일도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남의 집 애들을 이주나 돌봐주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을 터이다. 어찌나 고맙운 마음이 드는지.

형수에겐 나한테는 동생같은 아들이 둘 있는데, 큰 아들은 딸하고 아들이 있고, 작은 아들은 아들을 낳아 이번에 돌이 되어 돌잔치에 다녀왔다.  참 세월 흐르는 게 순식간이다.  언제 형수에게 그때 돌봐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은데, 돌잔치 행사장은 시장바닥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또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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