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

영화 위플래쉬의 평중에 나를 가장 당혹하게 만드는 것은 학생을 인격적으로 찍어 누르는 플레처 선생의 교수법에 반대하면서도, 영화 엔딩의 몰아치는 소년의 드럼 연주에 매혹당한 사람들의 평이다. 결과는 훌륭하지만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논리인데, 차라리 나도 플레처 같은 훌륭한 스승을 만났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라고 감탄하는 관객의 평이 훨씬 정직하게 느껴진다.

저 드럼 연주가 좋은 연주인가?

물론 엄청난 속도의 연주를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신기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그것은 흡사 서커스를 구경할 때 갖는 감정과 비슷한 것인데, ‘인간이 어떻게 저런 동작을 하지’라는 감탄을 불러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연주이다. 그러나 우악스럽게 빨리 치기만 하는 저런 소리,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묘기와 연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소년은 탄복스러운 묘기를 보여주는 훌륭한 서커스 광대로 성장한 것이지 좋은 드럼연주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마지막 저 시퀀스는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싶어하는 소년과 소년의 욕망을 이용해 음악 교육가로 유명세를 유지하려는 못된 스승의 결합이 음악을 어떻게 망치는 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밴드의 다른 악기들은 연주를 멈추고 드럼은 제 존재만을 요란하게 과시하지만, 그 소리는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다. 음악은 사라지고 묘기만 남았다. 해서 저 마지막 시퀀스가 감탄스러운 것은 연주가 멋지기 때문이 아니라 채찍을 든 스승은 광대를 키울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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