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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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와 멋진 게임이다. 간만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면서 플레이하고 있다. 게임 형식은 어드벤처인데,  쉴새없이 무찌로고 뛰어넘고 도망다녀야하는 일반적인 어드벤처가 아니라 주변상황, 구조물들, 소품들을 파악하고 적의 특징을 잘 관찰해, 주어진 도구와 지형물을 이용하고 조합,  위기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특징을 갖는다.

즉  순발력과 능란한 조작이 아니라 관찰력과 직관을 사용해야하는, 머리를 사용해서 전진해가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흑백톤의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고, 스릴러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살려준다. 실수해 죽게 되면 처참하게 살해당하거나 꼬로로록 물속에 수장되거나 하는데, 일반 게임에서는 죽는 장면이 꼴까닥하고 순간적으로 처리된다면 이 게임은 은근히 죽는 장면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다. 몸이 갈기 갈기 찢어져서 조각조각 튕겨져 나가는 것을 세세히 보여준다던가 바다 깊숙히 꼬로로록 하고 가라앉는 것을 수초에 걸쳐서 천천히 까만 어둠이 덮치는 방식으로 보여준다던가 하는 식인데, 잔인한 영화도 즐겨보는 나로서는 플레이를 잘못해 죽을 때조차 죽는 장면을 감상하면서 묘한 쾌감을 얻는다. 이렇게 기꺼운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게임이라니.
또 하나의 특징은 효과 음만 있고 배경음악이라던지 대화가 전혀 없다는 것인데, 이 침묵이 흑백톤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고, 다소 스릴러 스러운 게임 성격이랑도 잘어울어져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한다. 정말이지 묘한 고요다. 컬러톤으로 만들어 졌으면 배경음악을 과감하게 빼는 시도는 못했을 듯하다.

배경스토리는 설명이 없는데, 위키등을 찾아보면 누나의 죽음에 충격받은 소년의 정신세계를 다룬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플레이어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메타포를 가지고 있다.

등등등의 이유로… 내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게임이다. 이건 완전히 문학적이고 영화적인 게임이 나닐 수 없다. 플레이하면서 나도 이런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미 프로그래밍과 사운드 편집이 가능하니 에니메이션 쪽을 터득하면 혼자서도 간단하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난다. 나중에 회사일 은퇴하고 집에서 용돈 벌이 용으로 휴대폰용 게임을 만들어 볼까 싶기도하다. 이런 게임이라면 유치하지 않고, 시간을 들이면 혼자서도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게임 에니메이션 쪽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알아봐야겠다. 나중에 NAMOO ENTERTAINMENT STUDIO같은 일인 개발사같은 거 만들어보고 싶기도. ㅎㅎ

림보, 그리고

아메리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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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시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아이는 아빠가 놀이동산 같은 곳에서 자신과 놀아주는 것보다 아빠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그의 경험을 배우며 아빠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함께 느끼는 것에 더큰 즐거움을 느낀다.
아빠 입장에서도 어느순간 자신의 삶과 아들의 세계가 진짜로 접합되어 시너지를 발하는 경험을하게 되면서 단지 아빠로서 아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는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길 희망하게 된다.

영화는 음식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고 지루할 사이없이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다만 또다시 큰 레스토랑의 셰프가되고 이혼한 부부가 결합한다는 결론이 무척 안이하다는 생각이다. ‘할 이야기는 다했고, 결론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니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엔딩을 보여주지’라고 감독이 음흉하게 중얼거리는 듯한 엔딩이랄까.

아메리칸 셰프

노력하는 마초

결혼하고 첫번째 설날이었던가, 여지없이 내 아내도 시댁에서 첫 설거지를하게 됐다. 그동안 집에서 엄마의 부엌일을 거들지 않았던 터라 이제와서 아내를 돕는다는 게 여간 민망한 게 아니어서 아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뒤에서 불편하게 안절부절 앉아만 있다가 결국 아내에게 “너도 똑같은 놈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뒤로 아내가 혼자 부엌일하게 두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는데, 결심이 무색하게 가족 여행가서 누나가 핀잔 놓는 바람에 물러난 적이 또 한번. 여하간에 반복해서 설거지를 같이 하다보니 이 상황에 나도 익숙해져 가고 있는데, 그렇다해도 아직 완벽하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반면 처가에서 둘이 같이 설거지 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은지.

노력하는 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