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안랩에서 면접관으로 세번째 경력사원 면접을 봤는데 자기 소개서의  묘한 공통점이 학부나 대학원생 이야기만 자세하고 정작 자기가 회사에서 한 일은 소상하게 적는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부분을 물으면 대부분 단발적인 유지보수, 뒷치닥 거리만 하며 시간을 보내 자기가 했던일이 들어내 자랑할만한 게 못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듯 하다. 요즘 IT 회사들은 대개 좋은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고 허드레 일이나 시키는 경우가 많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가는 곳 마다 뭔가를 최초로 개발 해야했던 내 경우, 매번 힘이 부치다는 느낌을 받긴했는데, 경력 관리 차원에서는 매우 운이 좋은 경우구나 새삼 나의 운좋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한다. 나는 어디가서든 지난 10년동안 한 일에 대해 몇시간은 상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전 제품의 윈도우 시스템 만드는 팀에 들어갔고, 삼성 TV공용 플렛폼을 만드는데 참여했으며, 세계에서 아마도 최초로 TV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어 모듈을 만들었으며, 애플 TV를 제외하면 아마도 세계 최초일 것으로 추정되는 TV 앱 개발용 SDK 와 TV 에뮬레이터를 만들었다. 안랩에 와서는 새로운 악성 스크립트 진단법과 관련 엔진을 만들었다. 나는 내가 한번도 실력이 우수한 개발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개발자로 성공하겠다는 욕심도 없고, 유행하는 신기술에도 무관심하고 하다못해 이곳 블로그에 개발 관련 포스팅을 하는 것도 일절없이 시키는 일을 꾸역꾸역 했는데, 꽤나 화려한 개발 경력을 갖게 되었다.  안랩 입사 때 면접 평가도 엄청좋았다고 하고, 3년이 지난 지금 팀장이 지내고 보니 실망이라던가 그런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정확하게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뭐라하기에는 어쨌든 할일을 잘 하니깐 뭐라하지는 못하겠다는 요지의 면담을 한적은 있다. 일을 더 많이 하라는 압박이 의도겠지만 나는 회사일을 요령껏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ㅋ) 어쨌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괜찮은 개발자인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렴 어떠랴. 아직까진 새로운 분야로 이직해와서 꽤 흥미있는 개발을 하고 있다.  재미있을 때까지 하다가 그만두게 되면 간지나는 백수가 되고 싶다(아내는 빨리 백수가 되어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기대가 크다고 그러고 있다^^;; ). 요즘 내 롤모델은 딴지 일보의 물뚝심송 아저씨인데, 물뚝심송 아저씨는 정치 평론과 아이티 관련 글로 백수의 간지를 유지하고 있다.  나는 나중에 공돌이와 샐러리맨들을 소재로 글을 써보고 싶은데, 어찌될려나, 여튼 마흔 다섯까지는 일하면서 인생 내공을 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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